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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영화의 트랜드를 살펴보자면 부조리한 공권력에 관한 고발, 국민을 기만하는 국가 공무원, 자기 욕심만을 채우려는 대기업이 대부분을 차지 합니다. 제 기억으로는 <내부자들>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이런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들이 쏟아져 나왔던걸로 기억하는데요.
<내부자들> 이후에 크게 성공을 이룬 영화는 많지 않은걸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에 개봉한 <판도라>도 그렇고 그 좋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음에도 별 반응을 일으키지 못한 <아수라>도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한 소재를 가지고 계속해서 울궈먹는다면 예전에 조폭 영화들이 그랬듯이 관객들은 한국영화에 등을 돌릴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영화 <마스터>는 이런 소재에서 살짝 벗어나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을 모티브로 합니다. 영화의 내용은 예상하는 그대로 사기꾼 진회장(이병헌)을 붙잡고 복수하는 그런 영화 입니다.
사실 저는 영화를 보기 전 이병헌의 연기가 <내부자들>의 안상구와 비슷할거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제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고, 그때문에 더욱더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상영시간이 무려 2시간 23분인데도 말이죠.
저는 한국영화의 소재나 스토리는 둘째치고라도 가장 불만인 것이 있는데, 바로 배우들의 연기 입니다. 영화에서 이런 사기꾼이나 높은 위치에 있는 역을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어색하게 느껴지기 때문인데요.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꺼 같아요. 너무 멋있게만 캐릭터를 표현하려고 하는것 같아서 영 몰입이 안된단 말이죠. 악역뿐만 아니라 정의감 넘치는 주인공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현실에서는 보이지 않는 그런 표정들이거든요.
근데 이번 <마스터>에서 이병헌의 연기는 달랐습니다. 그냥 잘생긴 동네 사기꾼 아저씨 같았거든요. 물론 저는 이사람이 사기꾼인지 모르고 있지만요;; (후기를 읽어보면 강동원 얼굴보느라 영화가 안보인다고 하던데, 제가 남자라서 그런지 그런 느낌은 못받았습니다).
이런 영화는 스트리를 대충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영화가 끝날때까지 어떻게 관객들을 사로잡아 시간가는줄 모르게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긴장감을 어떻게 계속 유지하느냐 시퀀스는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성공여부가 갈리겠죠.
지금 기억나는 것은 이병헌의 연기밖에 없지만 영화를 다시 한번 곱씹어 보면 잘 봤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진회장을 사연이 있는 악역으로 만들었다면 욕이 나왔겠지만 그러지 않았고 깔끔하게 스토리가 진행 됐습니다. 90년대 영화처럼 격투씬에서 담벼락 한번 걸쳐서 막 날라차기 하는것도 없어서 좋았구요(아직도 한국 액션영화들 보면 이런 연출을 꽤 하고 있죠).
이병헌이 연기한 진회장 캐릭터는 영화의 단골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이런 단골 캐릭터는 식상할수밖에 없는데 이병헌은 이런 식상한 캐릭터를 신선하게 만들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가 봐왔던 이병헌의 연기중 가장 현실적이고 리얼한 연기를 했다고 생각하고 있구요. 연기를 잘 한다고 생각은 해왔었지만 이번 연기는 개인적으로 정말 좋게 봤습니다.
앞으로 이렇게 연기하는 배우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네요.